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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야담][23rd]중을 벤 이비장(鬪劍術李裨將斬僧)

  이여송의 동생이자 명나라의 제독이었던 이여매의 후손 아무개는 힘이 장사였고 검술이 뛰어났다. 일찍이 전라도 완산 진영에 부임되어 가게 되었는데, 금강에서 한 부인과 같은 배를 타고 건너가게 되었다. 강 중류에 이를 무렵 어떤 중이 강둑에 도착하여 뱃사공을 부르며 말했다. [어서 이리와 배를 대시오.] 뱃사공이 중을 태우기 위해 배를 돌리려고 하자, 아무개는 화를 내며 뱃사공에게 돌아가지 못하게 하였다. 그러자 중이 하늘로 뛰어 오르더니 공중을 날아 배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부인의 가마가 있는 것을 보고는 안을 들여다보며 말하였다. [제법 예쁜데?] 중이라는 사람이 부인을 희롱하며 온갖 방자한 말을 늘어놓는 꼴을 보자 아무개는 한 주먹에 중을 때려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금방 중이 하늘을 나는 모습을 본 터라 그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가 없어 내심 참고 있었다. 이윽고 배에서 내려 육지에 도착하자, 아무개는 중을 꾸짖으며 말했다. [네가 비록 하찮은 중이지만, 엄연히 중과 속인이 다르고 남녀가 유별하다. 그런데 어찌 감히 부인을 희롱하느냐!] 그리고 아무개가 가지고 있던 철편으로 온 힘을 다해 때리자 중이 그 자리에서 죽어 나자빠졌다. 아무개는 중의 시체를 강에 던져버렸다. 그리고 마침내 아무개는 전주에 도착해 감사를 알현하고, 금강에서 있었던 일을 말한 뒤 영내에 머물렀다. 몇개월이 지나자 성문 밖이 떠들썩하는데 그 소리가 그칠 줄을 몰랐다. 감사가 의아해하며 그 까닭을 묻자, 문지기가 들어와 아뢰었다. [누군지 알 수 없는 어떤 중이 들어와 사또를 뵙자고 합니다. 저는 말리려고 했지만 제 힘으로는 감당하기 힘드옵니다.] 이윽고 중이 들어오더니 마루 위로 올라와 감사에게 인사했다. 감사가 말했다. [너는 어디 사는 중이며, 무슨 일로 나를 찾아 왔느냐?] 중이 말했다. [소승은 강진 사람인데, 비장 이아무개가 지금 이 곳에 있습니까?] 감사가 말했다. [어찌하여 그것을 묻느냐?] [이비장이 때려 죽인 스님은 바로 소승의 스승님입니다. 그렇...

[청구야담][22nd]인술을 베푼 조광일(活人病趙醫行針)

  충청북도의 조광일이라는 사람이 옛날 홍주에 잠시 살았었다. 그는 옛부터 지위가 높은 사람이나 부잣집에는 가본 적이 없고, 조광일의 집에도 잘 사는 사람이 찾아오지 않았다. 그는 사람이 소탈하고 정직해서 이치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않았다. 오직 병을 고치는 것을 취미로 삼았는데, 그의 의술은 옛 방식인 탕약을 쓰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항상 작은 가죽주머니 하나를 가지고 다녔는데, 그 안에는 철침 수십개가 들어 있었다. 긴 것, 짧은 것, 둥근 것, 모난 것 등 모양이 다른 여러 침을 써서 종기를 터트리고, 부스럼과 혹을 치료하고, 피가 막힌 것을 통하게 하고, 중풍을 고치며 늙은 이에게 기력을 되찾게 하는 등 그 효과가 매우 뛰어났다. 그는 스스로 자신을 "침은" 이라고 불렀는데, 이는 침술에 정진하여 답을 얻은 자라는 뜻이었다. 어느날 맑은 새벽, 조광일이 일찍 일어났더니 남루한 옷을 입은 노파가 엉금엉금 기어와서 집의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선생님, 저는 아무개입니다. 어느 마을에 사는 백성 아무개의 어머니인데, 제 아들놈이 병에 걸려 죽을 지경이니 그 놈 목숨 좀 살려주세요!] 조광일이 바로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어서 앞장서세요. 따라가겠습니다.] 즉시 일어나 노파의 뒤를 따라가는데, 조광일이 당황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이렇듯 조광일은 다른 이들의 병을 돌보느라 바쁘지 않은 날이 하루도 없었다. 하루는 비가 내려 길이 진흙탕이었는데, 조광일이 삿갓을 쓰고 나막신을 신고 바삐 길을 가자 어느 사람이 물었다. [선생님, 어딜 그리 바삐 가십니까?] 조광일이 말했다. [어느 마을에 사는 아무개의 아버지가 병이 들어서 내가 지난 번에 침을 한 번 놓아주었소. 그런데 효과가 없기에 오늘 다시 침을 놓기로 했지요. 그래서 지금 가서 침을 놓으려는 것이오.] 그 사람이 물었다. [선생님께 그것이 무슨 이익이 된다고 이렇게 사서 고생을 하십니까?] 조광일이 웃으면서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자기 길을 같다. 그의 사람됨이 이와 같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