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 미 인, 2008
뱀파이어는 옛날부터 그 이름만으로 수많은 전설 속에 둘러싸여 있었고, 그 신비함은 현대에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미 수도 없이 많은 매체에서 피를 탐하는 이 종족을 다뤄왔고, 온갖 모습으로 변용되었습니다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뱀파이어, 흡혈귀라는 존재는 무언가 알 수 없는 판타지 속의 존재로 다가오곤 합니다. 낮보다 밤이 긴 북유럽이라면, 어쩌면 그런 환상이 아직도 살아남아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렛 미 인은 스웨덴의 작가 욘 린드크비스트가 처음으로 쓴 작품입니다. 8곳의 출판사에서 까인 끝에 겨우 출판할 수 있었고, 이후 큰 인기를 얻으며 영화화까지 이어졌다고 하네요. 국내에도 원작 소설이 출간되어 있으니, 흥미 있으신 분은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상처 받은 두 사람의 엇갈리는 사랑 이야기입니다. 뱀파이어인 이엘리와 인간인 오스칼이 우연하게 만나는 것부터, 서로가 서로의 모든 것이 되기까지를 다루죠. 이 영화에서 묘사되는 뱀파이어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지만, 무척이나 고독한 존재입니다. 그리고 영원한 삶에 지쳐 있는 이엘리와, 현실 그 자체에 무너지고 있던 오스칼이 만나면서 두 사람의 운명은 뒤바뀌게 되죠. 영화의 제목인 렛 미 인은, 나를 들여달라는 뜻입니다. 북유럽 뱀파이어 전승에 따르면, 뱀파이어는 인간의 영역을 함부로 침입하지 못하는 존재입니다. 어디까지나 인간의 허락과 승인이 있어야만 그 영역을 침범할 수 있고, 그렇기에 온갖 감언이설과 유혹으로 인간이 스스로 초대하게 만들려 하죠. 이 전승을 떠올려보면, 사실 조금은 영화의 메세지가 다르게 보일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그렇지 않더라도 이 사랑 이야기는 처음부터 뒤틀려 있지만요. 보여주는 것보다, 그 뒤에 숨겨진 것들에 더 몰두하게 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엘리는 어떻게 살아왔을까요? 이엘리와 그의 종복, 하칸은 어떻게 만나게 되었을까요? 잠깐씩 스쳐지나가는 모습들로 그저 추측할 뿐이지만, 그것 또한 많은 생각이 들게 할겁니다. 영화는 내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