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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코 대 카야코,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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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기 말, 세계를 충격에 몰아넣은 일본발 호러 무비 두편이 있었으니, 링과 주온이 그것입니다. 각자 야마무라 사다코와 사에키 카야코라는 소름 끼치는 원혼을 중심으로, 결코 피할 수 없는 죽음의 저주와 그 순환에 대해 다룬 호러계의 명작입니다. 그 인기에 힘입어 수도 없는 속편, 세계 각국에서의 리메이크가 이어지기도 했죠. 그 탓에 오히려 시리즈의 위명은 점차 빛을 잃고 땅으로 내려온 느낌도 있습니다만... 아무튼 이런 두 시리즈가 콜라보레이션이라니! 서양에서 프레디 VS. 제이슨을 내놓았다면, 이것이 동양의 대답이겠죠! 하지만 여러분도 다 예상하다시피, 이런 게 멀쩡한 영화일리가 없습니다... 애시당초 가장 문제가 무엇이냐 하면, 관객들은 이제 사다코건 카야코건 질릴만큼 봐왔다는 점이겠죠. 이 작품을 그나마 제대로 이해하려면, 링과 주온 두 시리즈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깔려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사실 그 기나긴 세월 수많은 작품을 다 따라왔으면 이 두 사람이 별로 안 무서워요. 모든 호러 프랜차이즈가 그렇듯, 처음에는 소름 끼치던 귀신도 눈에 익으면 아는 친구처럼 반가워지거든요. 생전에도 순탄치 못한 삶을 살았고, 죽어서도 참 오랜 세월 힘겹게 구르고 있는 두 귀신에 대한 연민의 정이 피어오를 지경입니다. 그렇다고 또 시리즈에 이해가 없는 관객이 단발성으로 이 영화만 봤을 때 무섭느냐! 그게 또 아니라는 게 문제입니다. 애시당초 발상부터가 양 시리즈의 고인물 팬들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이니만큼, 상당히 뻔한 클리셰들이 반복되거든요. 딱히 무섭지도 않고, 설정도 납득이 안 가면 그게 재미있을리가 없겠죠. 게다가 영화 스스로도 스스로를 우습게 만듭니다. 저주에 맞서다 죽는 연구자의 모습인데, 박치기 당해서 얼굴이 짜부가 되었습니다. 이걸 보고 무서워하라는 건지 웃으라는 건지... 제목에서는 사다코랑 카야코가 박터지게 싸울 거 같이 써있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비디오를 봐서 걸린 사다코의 저주를 카야코의 저주로 상쇄하겠다는 이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