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창고) 믿고 싶지 않은 현실
어디부터 말하면 좋을까. 일단 확실한 것은 이 악몽 같은 현실의 시작이 불면증이었다는 거다. 밤마다 악몽을 꾸고, 깨고, 다시 잠들지 못하고…… 똑같은 악몽도 아니고 매번 조금씩 다른 악몽에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수면제를 먹어보기도 했지만 단지 잠을 잘 깨지 않을 뿐 악몽에 시달리는 것은 똑같았다. 오히려 밤새 악몽에 시달려 더 피폐해졌다. 깨어 있는 시간이 악몽을 꾸기 위한 준비 같았다.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 날도 많았다. 살아도 사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정말 효과가 좋다는 수면제를 하나 추천받았다. 무슨 성분이 어쩌고 했는데 그런 건 잘 모르겠고, 하여간 꿈도 꾸지 않게 잠들게 해준다고 했다. 정말 지금 딱 필요한 약이었다. 친구에게 약을 받아 집에 돌아와 한 입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 물 한 모금을 채 다 마시기도 전에 잠이 오는 것이 느껴졌다. 효과가 정말 좋다는 생각을 하면서 잠들었다. 깨어났을 때는 확실히 기분이 좋았다. 정말로 꿈을 꾸지 않았으니까. 이제 드디어 악몽에서 해방된 것 같아 환호했다. 누군가 방문을 열고 들어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걸…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좀비? 괴물? 하여간 사람과 비슷한 무언가였다. 이목구비가 다 뭉개진 채 이상한 쇳소리를 내는 괴물이었다. 비명을 지르며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방을 나와서 마주친 현실은 더욱 끔찍했다. 꿈틀거리는 살덩이로 된, 징그러운 혈관이 돋아난 벽. 집에서 사용하던 물건들은 수 십 년이 지난 것처럼 낡아 썩어가고 있었다. 지옥이 있다면 이럴까 싶은 풍경이었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또 다른 괴물이 다가오고 있었다. 누가 이런 상황에서 제정신을 차리고 있을 수 있을까. 비명을 지르며 정신없이 뒷걸음질 치다 보니 결국 벽에 막혀 더 도망갈 수 없었다. 그러는 사이 아까 봤던 괴물과 새로 나타난 괴물이 천천히 다가온다. 벽에 닿은 등에, 벽을 더듬는 손에 물컹한 살덩이의, 두근거리는 혈관의 감촉이 느껴진다. 괴물들이 내지르는 쇳소리 울부...